길어봤자 2-3달이나 갈 거라고 생각한 코로나가
1년이 넘게 세계를 휩쓸고 있는 관계로
고통받던 SI 업계의 근무환경도 많이 변해가고 있는데
일단 가장 주목할 점은 원래는 재택근무 그딴거 없이
무조건 풀 출근 고통근무에서
어느정도 재택근무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아니면 확진자 나와서 강제 재택근무 체재로 전환하거나..
마치 흑사병 이전에는 사람 많으니까 악랄하게 부려먹다가
흑사병이 돌고 난 후에 부릴 사람이 없어서
근무 처우를 개선해주는 것과 같은 상황인데
코로나는 사람이 죽는 건 아니지만 걸린 사람이 출근하면
수십명이 걸려서 빌딩 셔터 내리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슬슬 자택 근무 일수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사람을 죽이는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병이 잠잠해지고 나면
SI는 동일하게 풀 출근 고통근무로 돌아가겠지만
아마 못해도 이번년 3분기까지는
간간히 행복 재택근무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재택근무의 장점은 다음과 같은데
1. 출퇴근시간이 없다
이거 엄청나게 좋은데 출퇴근 시간동안 집에서 자다가
8시 55분 쯤에 컴퓨터를 켜주고 일을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6시 퇴근이면 5시 50분쯤에 대충 딴짓거리 하면서 낄낄대다가
6시에 칼같이 접속을 끊어버리면 된다
출퇴근을 했다면 2시간은 추가로 날렸을텐데
재택은 출퇴근으로 헛된 시간을 날리지 않는다
2. 강제 야근이 없다
원래 SI는 업무가 고된것보다 같이 일하는 부장이
나도 퇴근 못했는데 으딜~! 이러면서
퇴근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할 것도 없는데 강제로 야근하면서 풀 고통 잔업을 이어나가서
힘든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의 경우에는 애초에 눈에 보이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나도 퇴근 못했는데 으딜~! 이게 불가능해져서
본인 일만 잘하면 딱히 업무적으로는 걱정할 부분이 없다
3. 회식 안함
예전에는 회식 가자고 하면 항상 가기 싫어서 사유 지어내느라 힘들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9시 넘어서는 영업을 못하는데다
회사에서도 눈치를 많이 주기 때문에 회식 일수가 확 줄어들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회식
회식 안하는 날이면 풀 고통 잔업
이 죽음의 연결고리가 SI를 가기 싫은 이유였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저 두개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애초에 누가 보지도 않아서 야근을 할 이유가 없는데다
나는 서울 부장은 경기도에 있는데 어떻게 회식을 하나!!
캠을 이용한 회식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회식들도 나타나도 있긴 하지만
부장들이 원하는 회식은 그런 무근본 회식이 아니라
사원이 옆에서 삼겹살 구워주고 소주 채워주는 아날로그 회식이다..
결국 위와 같은 내용들로 보면
재택근무로 SI의 악랄한 단점들을 대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만약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프로그래머라면
재택근무는 집에서 애봐야됨 이런 고통이 늘어나는 것 말고는
별로 단점이 없겠지만
초급 개발자의 경우에는 자택의 안좋은 점도 많은데
1. 뭐 물어보기가 힘들다
SI에서 초급 개발자들은 머리 속이 텅텅 빈 상태가 대부분이라
주변에 물어보면서 뭘 진행해야 하는데
재택하면 내가 모르겠는 부분을 메시지 좀 보내서 전달하기가 힘들다
바로 옆에 상사가 있으면 이거 안되는데 어떡하죠;; 이러면 되겠지만
설명하기도 마땅치 않은 서버 에러같은 건
뭔 에러인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정확히 모르는걸 어떻게 설명을 하나
출근해서 근무하는 경우라면 그런 건
주변 프리랜서한테 물어보면 10분이면 끝나는건데
초급은 에... 이러다가 100분을 버려도 문제 해결을 못한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뚝딱뚝딱 잘 하지만
초급한테 알아서 뚝딱뚝딱 하라는 건
빌게이츠는 n살때 ~를 했다는데 넌 왜 못하냐 이런 말이랑 다를게 없다
내가 빌게이츠냐.. 그리고 빌게이츠면 여기서 일을 왜하냐..
2. 집중력 떨어짐
출근해서 일을 하다 보면 대놓고 유튜브 보면서 일한다거나
혹은 모니터 한쪽에 만화 사이트 틀어놓고 태업근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집중력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주변에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바로 위와 같은 태업근무를 시전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아니 재택근무는 집에서 일을 한다는 말이지
집에서 놀라는 말이 아닌데
대부분은 재택근무하면 그냥 컴퓨터만 켜놓고 태업을 시작한다
일정이 밀리지 않으면 태업하든가 술마시면서 놀던가 상관없는데
일정을 못맞추면 집중력 떨어진 상태에서 야근까지 해야되는데
이러면 1시간이면 끝낼거 딴짓거리 하면서 하느라
2-3시간을 소모하는데
애초에 근무시간 내에 끝내고도 남을 걸
야근까지 하면서도 마치지 못하면 이게 뭔 비극이냐..
이건 양날의 칼이기 때문에 재택근무 하는 사람의 정신력이 중요하다
난 그냥 아침에 후다닥 일 다 끝내버린 다음
일을 다 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오후에는 바로 태업 들어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할당된 업무를 끝마치지 못하고 섣부르게 태업 들어갔다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근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집에서 일한다고 집중력이 왜 떨어질까? 싶겠지만
실제 집에서 일을 해 보면 집중력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너무 떨어지면 풀 자발적 야근을 하기 때문에 이걸 조심해야 한다
정리해보면 웹개발에서 재택하면 엄청나게 좋다
출퇴근 시간 없고 풀 고통 야근도 없는데다
삼겹살 굽고 소주 채우는 눈물의 회식도 없어진다
근데 집중력이 엄청나게 떨어지기 때문에
10분이면 할거 1시간 동안 해도 못하는 경우가 나오는데다
뭐 물어보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막히면 답이 안나오기 때문에
초급 개발자는 풀 자택근무 하다가는 회사에서
풀 자택근무를 풀 자택으로 바꿔버릴 위험이 높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말은 쉽지만 실제 해보면 그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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