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은 강추위 시 전투하는 경우를 대비해
추운 날 부대 밖으로 나가서 텐트치고 노숙하는 훈련인데
시기적으로는 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훈련을 나가게 된다
군대하면 유격, 혹한기 훈련은 반드시 들어봤을 만큼
악랄한 훈련 중 하나인데
유격 훈련은 몸을 지나치게 굴려서 힘들지만
혹한기 훈련은 추운 날 나가서
5일이나 노숙한다는게 포인트가 되겠다
일단 훈련 전에는 각종 훈련물자를 챙기게 되는데
뭐 훈련 물자랄게 별거 있겠나 피복류나 수건 외에
따로 챙겨줄 건 가서 먹을 부식, 핫팩만 챙겨주면 되는데
식사는 이게 식판에서 받아 먹기가 여의치 않아서
눈물의 비닐밥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맛다시나 참치캔을 많이 챙겨주는 것이 좋다
애초에 비닐밥이 맛도 없어서 목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는데
맛다시에 참치라도 넣어서 비벼야
좀 먹을만한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게 웃긴게 훈련 나가면 식사량을 늘려줘야 정상인데
군대에서는 역으로 패전 상황을 가정했는지
훈련 나가면 밥만 많이 주고 반찬은 쥐뿔도 안줘서
허기라도 면하려면 맛다시와 참치를 많이 챙겨야 한다
다음은 핫팩인데 영하 -10~30도의 날씨에
밖에서 텐트 하나 치고 노숙할라면 지나치게 춥고 힘들다
옷을 몇 겹을 껴입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을만큼 그냥 춥다...
따라서 핫팩을 가급적이면 많이 준비해야
자기전에 좀 만지면서 자고 새벽에 깨웠을 때
핫팩 좀 만지면서 정신을 차리는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대망의 혹한기 훈련일자가 되면
새벽에 두돈반 타고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도착하고 보면 사방이 눈밭이다
눈 위에서 그냥 잘 수는 없으니
눈을 치우고 그 위에 방수포 깔고
이것저것 깔고 텐트도 세워야 하는데
텐트도 24인용 텐트가 아닌
사방으로 흩어져서 D형 텐트를 치게 되는데
눈 덮인 설원에서 D형 텐트를 칠라면 눈 때문에
땅이 뻘밭이라 텐트 치기도 힘들고
막상 쳐놓고 나면 좁은데다
저 텐트천 보면 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쓸모없는 천인데
심지어 눈 닿으면 젖기까지 한다
총체적 난국인데
저런거 가지고 어떻게 치기는 또 쳐야한다
텐트를 치고 나면 점심을 먹게 되는데
알다시피 식판에 밥 먹는 고상한 행위는 불가능해서
반찬도 훈련 상황이면 그거에 맞춰서 국물은 최대한 줄이고
비닐밥에 적당한 반찬으로 준비해 주는 게 좋겠지만
무능한 한국군에게 그런걸 어떻게 바라겠는가
북어국에 코다리조림, 떡볶이를 반찬으로 주고
비벼먹으라고 하면 그냥 밥만 받아서 맛다시 넣고 비벼먹고
나머지 반찬은 아무도 안가져가서 만든 채로 다 갖다 버리는거다
지휘관이면 애들이 죄다 비닐에다 밥 먹는거 알면서
저렇게 나오면 밥은 밥대로 못먹고
반찬은 반찬대로 다 갖다 버리기 때문에
0순위로 개선할 사항인데 개선은 커녕
지금 밥투정 하는거야 뭐야!!!
이런 개소리나 하고 있으니 답이 안나온다
이후 혹한기 훈련은 추운데 노숙한다는 것 외에는
딱히 특징이 없기 때문에 앉아서 선후임과 잡담이나 나누다가
저녁이 되면 비닐밥 먹으면서 투덜대고 노숙을 하게 되는데
여태까지는 핫팩이 그닥 필요가 없다가
꿈나라로 갈 때가 되면 좀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핫팩을 좀 만지다가 자거나
혹은 주머니, 침낭 속에 넣어놓거나 하는데
핫팩을 너무 가까이 대고 자면
저온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그냥 추워서 핫팩을 넣고 자다가
저온화상 입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여기서 엄청난 문제는 군대에서는 다치는 순간
나라의 아들에서 느그 아들로 바뀌기 때문에
저온화상을 입어서 고통스러운데
군대에서는 그냥 버텨라 여기서 뭐 어쩌라고?
이런 수준의 대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군인 경시하는 나라에서는
절대 애국심을 발휘하면 안되겠지만
그 전에 핫팩은 자기 전까지만 쥐고 있다가
잘때는 군화 속에 넣어두던가
혹은 어디 딴데다 던져두던가 해야 한다
화상 입으면 진짜 아픈데 해주는 것도 없고 답이 없다
그리고 덜덜 떨면서 자는 게 끝일 것 같지만
혹한기의 참맛은 새벽에 근무가 있어서
좀 자볼라는데 누가 들어와서 깨운다
여기에 텐트치고 누워있으면
누가 누구인지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누구 하나 깨울라고
텐트 인원 전원을 깨우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잠도 제대로 못잘 뿐더러 새벽근무를 나가면
가뜩이나 자다가 일어나서 추운데
군화속에 발 밀어 넣을라면 진짜 말도 못하게 차갑다
이게 얼음인지 군화인지..
그럴 때 핫팩 하나 터트려서 발도 좀 지져보고
손도 좀 지지면서 근무에 들어가면
춥고 힘들어서 둘이서 덜덜 떨다가 또 잠이 와서 조는 등
각종 고난 끝에 근무를 마치고 다시 잘라고 치면
춥고 환경이 열악해서 잠도 잘 안오고
겨우 잘라고 하면 또 근무자 깨운다고 텐트 전원 깨우고
그냥 고난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시간에 알아서 가서 받아먹는 형태기 때문에
시간파악 제대로 안하면 밥도 못먹는데다
반찬은 개념없이 뼈 발라내야 하는 생선조림에
샐러드 이딴거 나와서 지금 비벼먹으라고 주는 건지
능욕할라고 주는 건지..
그리고 아침에 힘든 몸을 이끌고 앉아있으면
대대장이 지나가면서 위장 상태가 이게 뭐야!!
당장 다시하지 못해!! 이러면서 위장을 시키는데
진짜 이해가 안가는게 보급품중에 위장 마스크라고
쓰면 위장 잘 되고 따뜻하기까지 한 마스크가 있는데
마스크는 절대 못쓰게 하고 꼭 위장크림을 발라야 한단다
위장크림 강요하면 다들 좆같아서 대충 바르는거 알면서
꿋꿋하게 마스크는 안되고 무조건 위장크림이다
진짜 북한군이 아니라 지휘관을 참수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너저분하게 앉아있다가 잡담 좀 하다가
주기적으로 경계 좀 서고
저녁까지 시간이 흘러가게 되는데
2-3일쯤 지나면 몸이 노숙에 익숙해져서
슬슬 화장실 타이밍이 오게 되는데
알다시피 혹한기는 사방이 눈밭인데다
대부분 저녁에 용변이 마렵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날 눈밭에 똥싸고 다음 날
눈이라도 내리면 텐트촌 주변이 지뢰밭이 되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 눈과 대변이 섞이면서
지뢰보다 끔찍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몇백명이 훈련장에서 이러고 있으니
상황이 얼마나 끔찍하겠나...
여기에 용변은 신기하게 밤중에 마려운 경우가 많아서
남들이 싸놓은거 식별도 잘 안되는데 마려운 상황이 되면
지뢰밭을 뚫고 나가기도 싫고 가까운데서 보기는 더 그렇고
지금은 추억이지만 다시 떠올려보면 암울한 추억이다
이것만 5일 연속이면 이렇게 악명이 쌓이지는 않았을 텐데
혹한기 훈련의 특징은 주기적으로 텐트를 걷고
다른 위치로 이동한 후 텐트를 다시 친다
눈치우고 텐트 치고 바람 최대한 덜 들어오게
리모델링 하느라 힘들었는데
텐트 부수고 다시 만든 다음 노숙하라 하면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는다
근데 혹한기 훈련은 지휘관 재량에 따라
3-4번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
좀 익숙해질 찰나에 딴데로 이동한단다
텐트 걷어라 이러면 시발 소리가 절로 나온다
거기서 또 텐트 치고 걷느라 삽질하고
비닐에 밥 담아서 짜먹고
한밤중에 지뢰밭을 피해 설원을 걸어 용변 보고 오고
더럽게 추워서 잠은 잘 안오는데다
새벽에 자는데 누가 깨워서 덜덜 떨며 근무까지 서면서
5일을 고통으로 지새우다 보면 대망의 복귀 타이밍이 오는데
텐트 걷고 아 힘들었다 시발.. 이러면서
두돈반 타고 터덜터덜 돌아와서
짐 정리하고 행정반에 받은 장구류 모아서 반납하고
뜨거운 샤워 한번 한 뒤에 누워있으면
혹한기 훈련은 끝이 난다
마지막으로 웃긴게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에
살이 꽤 빠질 것 같지만
사람의 몸은 효율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거기서 받은 고통으로 잃은 칼로리보다
힘든 와중에 먹은 초코파이의 칼로리가 더 크기 때문에
훈련을 갔다왔는데 살이 찌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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